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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일 : 1999-01-16 00:09
화병
 글쓴이 : 요산 김태국
조회 : 6,413  
화병은 울화병과 같은 말이다. 울이라 하면 제 뜻대로 하지 못해서 갑갑해지는
모든 것이 울이다. 의견이 있어도 소심하거나 겁이 나서 말을 못하는 것도 울, 불
만이 많아서 기분이 잘 상하고 신경질이 나는 것도 울, 근심 걱정 생각이 많은
것도 울이다. 화라 하면 정말 불이 아니라 열을 가리킨다. 그래서 얼굴이 화끈 단
다든지, 가슴에서부터 더운 김이 위로 치솟는 걸 느낀다든지 하는 경우를 흔히
보고 듣는다. 울화가 치민다는 말이 이것이다. 그러므로 울은 원인이요, 화는 증
세를 가리킨다.
왜 열이 뜰까? 우리 몸은 활동을 하면 열을 내게 되어 있다. 방에 가만 앉아
있으면 열이 없을 것을 일을 하든지 빨리 걷든지 높은 데 오르면 열이 난다. 감
기가 들거나 체해도 열이 난다. 그러나 이런 열을 화병이라 하지는 않는다. 우리
가 깜짝 놀라든지, 고함을 지르고 화를 낸다든지 짜증을 낼 때 물론 열이 잘 뜨
지만, 과도한 긴장이나 초조불안, 걱정 등에 사로잡힐 때도 흔히 열감을 느낀다.
이렇게 사람이 정신을 써도 열이 나는데 이 열을 가리켜 화라 한다. 그렇다고 간
혹 이런 일이 있다고 모두 화병이 되는 것은 아니다.
처음 화가 뜨게 되면 바람 불 때 먼지가 따라 올라가듯이 기운이 뜨니 물체가
따라 올라간다. 피도 올라가고 진액도 올라간다. 그러나 피나 진액이 조용히 출입
을 해야지 울컥 올라가니 흔들려서 좀 탁해질 것이다. 그런데 이런 일이 반복되
면 마치 음식을 데웠다 식혔다를 자주 하면 잘 쉬는 것처럼 우리가 정신적으로
기운을 많이 쓸 때마다 열이 생겼다가 지치면 식어졌다 하는 변동을 자주 함으로
해서 피와 진액이 점차 탁해지고 이것이 미처 맑아지기 전에 온 몸을 퍼져 나가
돌게 된다.
그래서 처음 위로 뜰 때는 혼탁해진 진액이 신경계통의 활동을 방해하니 머리
가 아프다, 무겁다, 어지럽다, 가슴이 답답하다, 두근거린다, 잘 놀란다 하는 증세
로 나타나다가, 이것이 전신에 퍼지면 팔다리가 무겁다, 관절이 아프다, 소화가
안 된다, 대소변이 시원찮다 식으로 각종 증상으로 변화되어 나타난다.
또 그도 그럴 것이 기운이 위로 뜨면 아래로는 기운이 덜 갈 것이니, 자연 대
소변이 시원찮고, 가운데는 막히니 속이 편치 않고, 오장육부가 서로 이간질이 나
있으니 팔다리나 피부로 기운이 활발하게 출입할 리도 없겠다.
그러므로 화병의 넓은 뜻은 마음에서 생기는 모든 신체적 증상 또는 질병을 모
두 가리킨다. 七情傷(七情에 상한 병)이란 용어도 이와 같으며, 태평 성세가 아닌
다음에는 이것이 질병의 기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.